[플러그 인 토크] 문화예술협력네트워크 플러그 인 토크 "협력은 갈등이다"(9/30) 현장스케치

Date : 2016.10.06 17:50 / Category : 주요사업/플러그인포럼/컨퍼런스

지난 9월 30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협력은 갈등이다>라는 주제로 문화예술협력네트워크 플러그 인 토크가 열렸습니다. 한평공원 만들기 사업을 추진했던 이영범 교수와 광주 대인예술시장 전고필 총감독, 인천 배다리마을 대안 문화공간 스페이스빔 민운기 대표가 연사로 참여하여 문화기획 현장에서 맞닥뜨린 갈등과 그 갈등을 헤치고 협력해가는 과정을 발표해주셨는데요. 갈등의 늪에서도 협력을 이끌어 가는 에너지는 무엇이었는지 함께 알아볼까요?  





협력은 갈등이다. 갈등은 협력이다.


'마을 만들기' 과정은 참여주체, 지역 주민, 예술가, 전문가 그룹, 지역단체, 행정 등 다양한 사람들의 협력이 필수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일을 하다보면 의견이 일치하는 일이 쉽지않죠. 예상못한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갈등에 맥이 빠지기도 합니다. 그런데요, 갈등이 꼭 부정적인 것일까요? 오히려 갈등은 우리가 협력하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요? 




  커뮤니티 디자인, 갈등을 넘어 관계 모색하기

이영범 (경기대학교 건축설계학과 교수)


"지금껏 도시는 수직적 의사결정 방식으로 이해관계와 갈등을 무시하고, 기존의 것을 부수고 새로 만드는데 익숙했습니다. 서울 종로지역은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한옥과 마을주민들의 이야기, 정이 가득한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철거되는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정부 주도 뉴타운 개발로 한순간에 마을이 사라지고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평공원이 탄생했습니다. "



주민이 참여하는 마을만들기, 한평공원 


한평공원 만들기는 부수는 도시가 아닌 고쳐가는 도시를 제안합니다. 동네에 버려지고 쓰이지 않는 공간을 주민참여를 통해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과정인데요. 인간다운 삶, 함께 사는 삶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커뮤니티 디자인으로 주민의 '참여'로 이루어집니다.  


참여는 소통으로 이어지고 소통은 협력을 낳습니다. 참여가 시작되면 소통과 협력때문에 곳곳에 묻혀있던 갈등과 다양한 주체의 이해관계도 함께 노출되는데요. 이럴때마다, 현장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주체는 문화기획자도 정부도 아닌 지역주민이었습니다. 


주민이 직접 갈등을 해결하다. 

한평공원 1호는 버려진 북촌 원서동 빨래골 방범초소를 주민 쉼터로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주민합의하에 방범초소 철거공사를 시작했는데요. 갑자기 옆집 할머니가 집이 무너질 것 같다고 공사를 중단시키셨습니다. 이때,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할머니를 설득했고, 공사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원서동 한평공원은 공사 후에도 주민이 공동소유물로 함께 관리하며, 지역 일부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평공원 9호는 창동 노인복지관에서 쓰레기장으로 사용하는 뒷공간을 리모델링한 사례입니다. 노인복지관 할머니 동아리분들과 디자인부터 예산까지 모든 과정을 논의하였고, 부족한 예산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일일찻집'을 운영해 홍보는 물론 수익금을 보태주셨습니다. 한평공원을 지역민에게 소개하기 위해 '추억 교복사진전'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함께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예상치 못하게 청소년들이 흡연, 음주 등 공간을 무질서하게 사용하며 폐쇄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참여 → 소통 → 협력 → 갈등 → 참여 → 소통 → 협력 →갈등 ...


이처럼, 갈등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또한, 갈등은 참여와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협력과정이 완벽해도 예상치 못한 갈등은 꼭 나타나죠. 하지만, 이는 또 다른 참여와 소통, 협력을 끌어냅니다. 즉, 갈등은 시민사회의 다양한 주체와 만나고 변화하며, 새로운 고민을 던져주죠. 시민사회 역할이 바로 갈등의 해결입니다.   


  대인예술시장 이해 관계자들 간 갈등과 관계회복

전고필 (광주대인예술시장 총감독)


" 광주대인예술시장은 2009년부터 10년간 아시아 문화예술 활성화 거점 장기프로젝트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대인예술시장의 중요한 본질은 돈과 물건이 거래되고 상인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시장'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당연히 문화예술보다 수익활동이 우선시 되죠. 그래서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는 상인, 시청, 예술가, 시민, 언론, 문화재단, 환경미화원까지 다양한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습니다. "



갈등이 있어 더욱 빛나는 프로젝트 '별장'

대인예술야시장 '별장'은 문화공연이 어우러진 야시장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야시장 '별장' 메인공연 무대는 여섯 번이나 장소를 옮겨야했고, '별장'을 밝히는 '별등'이 밝혀지는 곳과 아닌 곳의 갈등도 겪었습니다. 또한, 야시장에 120팀의 셀러가 참가하는데, 갑작스러운 이의제기와 땅에 대한 권리주장 때문에 모든 팀을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야시장이 인기가 급증하며 불법 주·정차 단속, 음식물·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소음문제 등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갈등사항이 터져 나옵니다.


숨어있는 갈등이 발목 잡을 때도 있지만 갈등은 서로를 마주 보게 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듭니다. 우리가 보지 못한 한계점과 자만을 깨닫게 하며 다음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솔루션을 줍니다.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주체를 먼저 찾아가 이야기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절대적이며, 사전조사는 물론 공적 이익과 사적 이익을 조율하며, 의도적인 공격과 질시는 무시할 수 있는 배짱도 있어야 합니다. 


'해불양수(海不讓水) ,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광주대인예술야시장 프로젝트팀의 좌우명은 '해불양수'입니다.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포용하겠다는 뜻인데요. 부정적인 기사더라도 대인예술시장을 홍보하는 노이즈마케팅일 수 있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갈등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끌어내는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갈등은 피를 말리면서도 피돌기를 빠르게 합니다. 그래서 갈등은 아프지만 프로젝트의 활력소입니다.


  배다리마을 산업도로 부지를 둘러싼 10년, 끝나지 않은 이야기 


민윤기(스페이스 빔 대표)


" 인천 동구 금곡동 배다리마을은 100년도 더 된 근대문화유산 건물과 성냥공장, 양조장터, 헌책방 골목 등 서민들의 추억과 문화가 가득한 곳입니다. 2007년 배다리마을은 송도신도시와 청라신도시를 잇는 산업도로 건설계획이 발표되면서 마을이 갈라질 위기에 처했었습니다. 주민들은 산업도로가 들어서면 마을이 단절돼 이동이 어렵고 특유의 정취도 사라질 뿐더러, 각종 차량이 뿜어내는 매연과 분진으로 생활환경이 급격히 안좋아질 것을 예상해 민원을 넣었는데요. 인천시는 빨리 지나가는 길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을을 관통하는 산업도로 계획을 밀어붙였고 결국 산업도로 부지는 파헤쳐졌습니다."  



산업도로 공사현장, 문화로 끊긴 마을 다시 잇기

 

스페이스 빔 식구들과 마을주민들은 배다리 마을을 지키기 위해 산업도로를 지하화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이러한 갈등이 지역사회에 소개되며 공사는 잠정 중단되었습니다. 이미 산업도로 부지는 황폐해진 후였습니다. 


스페이스 빔은 이곳에 새로운 대안가치를 싹틔우기 위해 주민들과 다양한 문화사업을 실행했습니다. 빨간 노끈으로 양쪽 마을을 지그재그로 왔다갔하며 끊긴 두 마을 잇는 퍼포먼스를 하고, 배다리만의 문명을 만들기 위해 '배다리에코파크'를 개장해 설치작품과 놀이시설을 짓고, 유기농법을 배워 땅을 개간하고 텃밭을 꾸렸으며, 생태캠핑 '배다리 밭캉스'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문화기획자와 행정의 갈등,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 


'배다리에코파크'는 얼마 못가 시의 공유지 권리주장으로 폐쇄되었습니다. 그 후 산업도로부지는 유채꽃밭이었다가 쓰레기장이 되었다가, 지역 텃밭이었다가 다시 코스모스군락지로 여러 번 형태가 바뀌고, 현재도 행정에 따라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민윤기 대표님은 이곳이 자연스럽게 생태가 회복되고, 다양한 구성원들이 만나는 장으로써 좋은 곳은 살려 나가고 그렇지 못한 것은 개선방안이나 대안을 모색해보는 실험장이 되길 바란다고 하셨는데요. 배다리마을 산업도로 부지사용과 도로지화하는 아직도 10년째 갈등과 협력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배다리마을을 위한 노력이 10년간 넘어가고 산업도로와, 공유지 활용에 대해 끊임없이 시와 갈등하며 지칠 때도 있지만, 모든 갈등은 조금씩 풀려가고 변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 공간 안에서 해결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겁니다. 안되더라도 희망을 버릴 순 없으니까요."


  플러그 인 토크 <협력은 갈등이다> 현장스케치를 마치며


오늘도 문화기획 현장은 다양한 이해관계 주체가 갈등하며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발표자 분들은 그 누구도 갈등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갈등은 사람들의 생각의 표현이며, 현장의 진솔한 민낯입니다. 즉, 갈등이 없는 것은 사회는 소통되지 않고 단절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갈등이 노출되면 우리가 놓치고 있던 이웃과 사회의 이면을 보는 넓은 시야가 생기고, 자신의 한계점을 인식하며, 반성하게 됩니다. 또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 활력소가 되기도 하죠. 그러므로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소통하며 협력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사회도, 공간도 조금씩 변하고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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