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그 인 토크] 협력은 "충돌"이다 - 문화예술지원의 현실을 직시하기

Date : 2015.12.21 11:00 / Category : 주요사업/플러그인포럼/컨퍼런스

2015년 5월부터 총 4회에 걸쳐 진행된 플러그 인 토크는 '협력은 ◯◯이다' 는 주제로 오늘날 문화예술 지원이 직면한 문제들을 직시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서로 모여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움직이는 과정으로 구성되었는데요. 무엇보다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함께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고 공감하며 문화예술 협력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자리였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소개해드릴게요. 


첫 번째 플러그인 토크: 협력은 "충돌"이다



이제 '협력은 문화예술 현장에서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한 화두입니다.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지만, 막상 파트너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어떤 방법으로 현실화할 수 있을지,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난제들이 많은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협력 주체들간의 만남이 필요합니다.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인데요. 협력은 결코 절로 얻어지는 아름답고 우아한 것이 아니라 충돌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플러그 인 토크'는 이러한 배경에서 시작했습니다.


공공과 민간의 문화예술 지원 주체들의 소통과 교류를 위한 첫 번째 토크 '협력은 "충돌"이다''문화예술지원의 현실을 직시하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문화컨설팅 바라 권순석 대표의 사회로, '문화예술지원의 구조와 현황(박영정 한국 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지역문화재단이 불황의 시대를 건너는 방법(강경석 인천문화재단 경영지원팀장)', '문화예술, 지원과 협력 사이(허인정 문화예술사회공헌 네트워크 이사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협력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 : 국가재정의 위기

지난 5월,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15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2015~2019 국가재정운용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른 문화분야 재정방향은 '문화지출 효율화'로 방향이 잡혔는데요. 문화재정 2% 확보와 병행하여 문화지출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여 나가기로 했습니다. 세수는 부족하고 경기회복세가 공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5월 말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문화예술 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 발표는 해외진출 지원사업은 예술경영지원센터로, 인력양성사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지역사업은지자체로 이관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했습니다. 국가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기능조정은 잘 살펴봐야 합니다.


공공부문의 예산이 얼마나 어떻게 흘러가는지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는데, 문화예술협력네트워크는 예술분야의 공공-민간 분야의 지원금 규모와 전달 구조를 밝힌「2012-2013 공공·민간 예술지원 현황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2013년 공공 부문 지원금 규모는 총 2조 348억 원으로 전체 규모의 94%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민간 부문은 1,276억 원이나, 조사결과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참고로만 활용 가능합니다.


2013년 공공부분 예술지원규모 - 예산의 출처와 실행 비중


공공부문 지원금은 국고 > 기초자치단체 > 광역자치단체의 순으로, 기초자치단체에는 공연장 시설관리 예산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광역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사업실행액을 기준으로 보면, 기초 지자체 38.1%(7,747억 원), 문체부25.6%(5,210억 원), 광역 지자체 19.0%(3,872억 원), 문체부 소관기관 9.5%(1,927억 원), 시도문화재단 7.8%(1,590억 원)의 순입니다. 특이한 점은 시도문화재단의 경우 전체 재원의 80%에 달하는 1,273억 원을 외부 재원(문체부, 광역지자체, 문체부 소관기관)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2013년 공공·민간 예술지원 현황조사 - 시·도문화재단 사업 중분류 유형화


사업 유형별로 구분해 보면, 공공시설 및 공공단체 운영예산에 공공부문 지원금의 53.5%가 사용되었고, 문화시설 건립이 20.7%, 교육 및 향유지원 11.9%의 순입니다. 교육 및 향유 지원(예술강사, 문화바우처 등 포함)으로 2,415억 원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거의 선진국 수준의 규모입니다. 반면 전통적인 의미의 민간 예술가, 예술단체 지원금으로 사용된 예술창작지원은 7.3%(1,483억 원)로 공공재원 2조 원 중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인데요. 문화향유 쪽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예술창작지원이 오히려 축소되었다는 비판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협력이 어려운 이유 : 관계가 아닌 외부개입에 의해 만들어진 협력

기관에서 연간 운영계획을 세울 때 협력을 고려하여 계획을 짜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예산이 반영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의 필요에 의해 협력을 만들어내야 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반대로 돈이 먼저 있고, 협력을 나중에 만드는 것도 같은 문제를 초래합니다. 사람관계로 보면, 남녀가 먼저 만난 다음에 계속 만나고 싶으니 데이트 자금을 어디서 구할까 궁리를 해야 둘의 관계가 극대화될 수 있는데, 거꾸로 된 것과 같습니다.


'관계'를 먼저 만들지 않고 시작하는 협력, 이는 문화예술협력네트워크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예술지원정책의 문제입니다. 정부-민간, 정부-지자체 관계에서 가장 협력이 안되는 것이 위탁사업들인데요. 예를 들어 공공 공연장 운영을 민간에 위탁하면 적은 예산으로 당연히 수익이 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공시설을 민간에 위탁할 때는 목적관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리운영에 필요한 현실적인 예산을 먼저 충분히 이야기하고 시작해야 하지만, 서로 다른 생각으로 대충 시작하다보니 당연히 기대한 수익은 나지 않고 계획한 예산보다 많은 예산이 사용될 수밖에 없는거죠.


명확하게 논의하는 습관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인데, 협력을 하려면 당사자 간의 아주 사소한 것 까지도 치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즉 '당사자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서로의 관점이 있지 않으면 관계가 진전되지 않는데요. 그만큼 필요한 만큼 충분히 만나고, 돈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왜', '무엇을',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고, 결과도 나올 수 있습니다.


  광역문화재단의 시도해볼 만한 해법 : 행정은 멀고 경영은 좀 더 가깝다

인천시는 현재 워크아웃 위기로, 부채율이 40%가 되면 시가 파산하는데 인천시는 36~7%에 육박합니다. 재정압박을 통한 부채해소가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일반회계에서 문화재단에 출연하게 되어 있는 출연금도 몇 년 동안 중단되었고, 시중금리 1%대인 상황에서 재단 기본재산(기금)을 적립해봐야 의미가 없는 상황입니다.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데 재정 전망은 어둡고 해결방안이 없습니다. 이렇게 공공부문의 재정위기가 찾아오니 공공과 기업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초창기 문화재단은 전문 문화예술행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시작했고, 어느 정도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재단은 빠르게 관료화되어갔고, 행정적인 틀을 벗어나기 힘든 상태가 되었어요. 인천문화재단은 정기예금보다 수익성이 높은 투자상품으로 자구책을 만들기 위해, 현 기금의 60%를 투자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개정, 기금운용계획, 이사회 등의 절차를 약 1년 반 정도 준비하여 6월 1일부터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이와 같은 시도를 통해 재정위기를 모두 극복할 수는 없겠지만 행정 구속력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문화예술 현장과 행정 사이의 매개자에서 경영자의 역할로 전환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지를 모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합니다.


재정위기는 문화재단이 '협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협력은 해야겠는데 무얼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늘 문제가 되지만, 그 동안 알고 시작한 일이 많지도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일단 시작하면서 이유와 명분을 만들어갈 수도 있지 않을지, 재정위기를 주제로 경영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학습을 매개로 만나면서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기업 사회공헌 트렌드의 변화 : 단순 후원에서 지역사회 문제 해결로

최근 미국 사회공헌 트렌드의 중요한 변화는 거대유산을 재단에 기부하는 형태에서 비교적 젊은 나이에 부를 축적한 기업인들이 직접 재단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며,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의식까지 접근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소득층 아이들의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 개선이 필요한가, 유아사망률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등을 고민하며 본인의 부, 인맥, 조직 등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트렌드의 변화는 비영리 영역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쳐, 투입(input) 대비 산출(output)이 아닌 영향(outcome)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는데요. 예술가/예술단체가 좋은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서 창작 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었는지, 좋은 창작자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었는지와 같은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문화예술뿐 아니라 교육, 복지 쪽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예전 월드비전 광고는 아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콘셉트이었다면, 지금은 마을을 십년 동안 지원하여 마을이 좋아진다면 월드비전을 끝내겠다는 '굿바이 월드비전'으로 바꾸었고 오히려 후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돈을 내는 입장에서는 '해당 조직의 생존' 보다는 '사회가 변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소액 펀딩, 재능나눔과 같은 것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사실입니다. 문화예술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문화예술향유자의 영역은 넓어지고 있지만 오히려 중간지원조직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서로를 연결해주는 매개영역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조직의 미션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 오히려 조직의 존립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문화재단의 비전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국가재정이 열악해지고 있다고 하지만, 국가예산은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안의 포트폴리오가 바뀌고 있을 뿐인데요. 3D와 결합한 문화예술 등과 같이 여전히 성장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예산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문화예술분야는 재정상황이 열악해지고 있으니 협력/후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지 되돌아 봐야 합니다. 문화예술이 미래를 위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증거들을 모아 설득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문화재단의 입장에서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지원/후원해 달라고 말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문화재단의 미션이 무엇이고, 지역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서로의 약속을 분명히 해야 할 때입니다. 


  기업에 대한 몇 가지 오해들

주로 공공 문화재단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오늘의 자리에서 이들은 어떤 궁금증과 목마름을 가지고 있을까요? 성남문화재단 관계자는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맺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성남을 위한 프로젝트를 성남의 기업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제안했지만 많은 기업들이 왜 성남문화재단과 그 일을 같이 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기업의 마케팅 효과를 위해 문화재단의 인력풀 정도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요. 아마도 많은 문화재단들이 겪는 어려움과 같지 않을까요? 


이에 대해 허인정 대표는 우리가 기업을 잘 모르고 있음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기업을 떠올릴 때 일반적으로 삼성, 현대, LG 등의 순으로 생각하지만 그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한국에 지원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한국에 본사와 제조업 기반시설이 있는 기업들이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사회공헌부서와 마케팅 부서는 기업 안에서도 서로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부서의 관심사가 다를 수밖에 없으니 우리에게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부서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출처: 예울마루


권순석 대표는 GS칼텍스의 예를 들었습니다. GS칼텍스는 전남 여수 인근을 근간으로 하는 기업으로 전남문화예술재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데요. 전남문화예술재단 입장에서는 전남지역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어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여수를 떠날 필요가 없습니다. 이처럼 기업의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우리는 기업문화재단은 돈이 많고, 의사결정 속도도 빠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기업도 조직체이며, 그들의 문화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정보교류는 이처럼 아주 쉬운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강경석 팀장은 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재단에서 기업과의 협력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내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며, 지역문화재단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지역문화 콘텐츠를 연결시켜주는 매개활동과 아직은 적극적이지 않은 기부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부터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국가재정에서부터 광역 문화재단, 기업 후원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는데요. 지금도 힘들지만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협력'은 더욱 피할 수 없는 미션이 되었고, 우리는 아직 우리의 협력 파트너를 잘 모릅니다.


정리: 김지우(서울문화재단 서울연극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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