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재생] 국내 공공 및 민간 폐 산업시설 활용 사업 현황 분석

Date : 2015.05.29 17:46 / Category : 정보공유/협력+

그동안 문화예술협력네트워크 블로그를 통해 해외 폐 산업시설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이 재생된 사례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이미 유럽에서는 45년 전부터 폐 산업시설 활용 사업이 본격화되었고, 미국도 역시 오랜 기간 준비해 사업이 안정화되고 문화정책에 많은 영향력을 미쳐왔습니다. 국내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붐처럼 폐 산업시설을 활용한 다양한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사업의 확산 속도에 비해 실제 운영에서의 파급 효과와 정책적 논의 수준은 그다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창고와 공장, 기차역 등 지역의 폐 산업시설을 특화된 지역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 공간으로 조성하는 ‘지역근대산업 유산을 활용한 문화 예술창작벨트 조성사업’을 진행했고, 작년에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함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사업'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홍보가 덜 된 곳이 많은데요.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는 폐 산업시설에서 탄생한 국내의 공간은 어떤 곳이 있을까요? 제대로 된 홍보를 통해 많이 알려진 곳도 있지만, 좋은 결과에 비해 덜 알려진 곳도 있는데요. 오늘은 국내의 폐 산업시설 활용 사업 현황을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이 글은 <폐 산업시설 활용 문화 예술 공간 정책의 구도와 방향> 박신의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조교수 및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소장의 논문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 국내 폐 산업시설 활용 사업의 시작

국내에서 용도 폐기된 각종 산업시설물을 문화 예술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업은 비교적 최근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80년대 폐교를 활용하는 형태에서 시작하였다가, 당인리발전소를 계기로 본격화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당인리발전소는 2004년 서울화력발전소를 종합문화센터로 만드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논의한 이후 2012년에 문체부·마포구·한국중부발전이 함께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 조성계획을 구체화됐는데요. 발전소 지하화가 완료되는 2017년 말 이후 본격 추진될 계획입니다. 이에 앞서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 시범(파일럿) 프로그램도 얼마 전 진행되었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국내 폐 산업시설 활용 사업이 구도심 활성화, 문화‧관광 등 관련 산업의 동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시설물들이 비슷한 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책 사업을 정부 주도 유형으로 진행하는 일이 많다 보니, 민간 주도 유형에 대한 관심과 연구, 정책적 결합 등에 관한 성과가 크게 없는 것도 이처럼 일반화된 유형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문화예술협력네트워크가 발족된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정부 주도로 이루어진 폐 산업시설 활용 사업은 어떤 것이 있고, 민간 주도 사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중앙 및 지방정부의 폐 산업시설 활용은 문화유산 보전의 의미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주도하여 폐 산업시설을 활용할 경우, 그 대상은 이미 유산적 가치를 보유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옛 서울역사가 새롭게 선보인 문화역서울284나 작년에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얼마전 소개해드린 인천아트플랫폼, 용산 서계동 옛 기무사 수송대 부지에는 (재)국립극단이 상주하는 문화 공간이 자리하고 있지요. 대구의 KT&G 및 청주시의 연초제조창 활용, 군산의 일제강점기 근대 건축 활용 등의 경우 대체로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상태에서 ‘활용을 통한 보존’이라는 맥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래된 문화유산을 시민들이 더욱 활용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을 접목하여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이죠.


그러다 얼마 전부터 본격적인 산업 유산의 보전을 논하기 위해 개념적 범위를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문화재와 중복되는 산업유산 중에서 현대(1960년 이후)에 조성된 산업 관련 결과물은 물론, 문화재로 지정(등록)되어 있는 산업 유산, 非문화재이나 보전 가치를 가진 산업 유산, 1960년대 이후 조성(형성)되었으나 강한 지역성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 유산 등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대상이 아니었음에도 오히려 문화적으로 활용하게 되자 거꾸로 유산적 가치를 공인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도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담부서를 만들어 방치된 옛 근대산업시설이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거듭나게 하기 위한 매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주제로 사업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옛 서울역사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등이 다양한 문화 행사를 하거나 창작 개념을 개입한 확장된 의미의 미술관이며, 그 외에도 전시 및 공연 시설을 보유하거나 창작 공간을 겸하는 형태라 할 수 있지요. 얼마 전부터는 창작 공간이되 내적으로 복합 기능을 동반하는 유형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요. 이러한 흐름은 농협 하나로 마트 건물을 개조하여 2002년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창동스튜디오에서 시작하여 지역별 미술관이 보유하는 형태로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2009년부터 서울시가 전격적으로 추진한 서울시창작공간 사업은 서울 곳곳의 공간을 활용하면서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기도 합니다. 여기에 작년부터 진행해온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사업'을 통해 개관한 광명 업사이클링 아트센터, 예술창작소 창공, 동부창고 34, 소촌아트팩토리 등 지역재생 사례들도 열심히 활동 중입니다.



◆ 민간 주도 폐 산업시설 활용 사업은 자발적이고 실용적입니다

정부 주도 유형이 유산적 가치의 보존과 도시 내 창작 공간의 배치를 통한 지역사회 연계에 의미를 둔다면, 민간 주도의 경우는 훨씬 더 실용적 차원에서 동기가 부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낮은 임대료로 작업실을 얻기 위한 것이거나, 비어 있는 공간을 활동의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의도 등이 주된 동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지 않은 폐교나 작은 규모의 제조업 시설에 머무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또 지속적인 운영에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활동의 적극성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형성 과정 자체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지니고 있어 실제로 민간 주도 유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만한 사실은, 공간을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라 예술가나 기획자들이 자연발생적으로 폐 산업시설에 파고든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문래동의 경우 2004년부터 예술가들이 임대료 부담이 비교적 적은 소규모 공장 밀집 지역인 이곳으로 흘러 들어와 100여 개의 작업실을 클러스터 형식으로 조성한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죠. 또한 폐업한 지 10년이 된 옛 양조장을 개조하여 2007년 입주한 인천의 ‘대안 공간 스페이스 빔’의 경우도 인천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단체가 주도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수 있고요. 이 외에도 통의동 ‘보안여관’이나 그 주변의 작은 규모의 대안 공간 등도 민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지역적 흐름을 읽어가면서 만들어온 것입니다.


이처럼 예술가들에 의해 자발적이고 자연발생적으로 탄생되는 공간은 예술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예술가들에게 필요한 공간의 개념과 기능이 새롭게 부여되는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예술가 스스로가 필요에 의해 공간의 개념과 기능이 부여되기 때문에, 탁상공론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줄고 여러 장점이 생기게 됩니다. 예술가의 창작 활동이 지역적 관계를 갖도록 한다거나 또는 창작의 과정과 배급‧향유의 단계가 결합함으로써 이전의 미술관이나 극장 구조가 실현할 수 없었던 선순환 구조를 실현한다거나 하는 것 등이 되겠죠.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후용리의 폐교를 리모델링하여 문을 연 극단 노뜰의 후용창작예술센터를 비롯하여, 평창의 폐교를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감자꽃 스튜디오, 밀양연극촌, 충북 영동의 신자계예술촌, 거창연극학교 등의 공연예술 관련 활동과 농촌 폐교를 창작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전국의 미술촌 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폐교라는 시설 자체가 갖는 지역적 맥락으로 말미암아 실제로 폐교 활용은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교감이 매우 중요한 전제라 할 수 있는데요. 그런 점에서 예술가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창작 활동과 지역 사회와의 연계를 고심하게 되고, 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문화 행동의 전망을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공공과 민간의 폐 산업시설 활용 사업 현황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두 주체 간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 글을 준비하면서 문화예술협력네트워크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집니다. 더욱 다양한 사업 방향을 알아보고 함께 준비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부 주도에서 탄생한 공간이든 예술가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커진 공간이든 미리 문화예술공간에 대란 정책적 고민을 심각하게 하고 논의와 토론을 거쳐 기존의 공간과는 또다른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공공과 민간의 원활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서 말이죠.


차차 위 논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유럽과 비교한 국내 사례에 대한 분석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문화역서울284 페이스북, 인천아트플랫폼 페이스북,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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